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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플[스토리] 6

캐릭터 아이콘0퍄팟

본 유저수115

작성 시간2024.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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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뒤, 엘리니아 근처에 위치한 작은 산골 마을. 바로 메르시의 고향에서 그녀의 장례식이 열렸다.
신전이 완전히 무너져 내리고, 한참이 지난 후에야 힘겹게 유해를 수습할 수 있었고, 장례가 준비되기까지는 꼬박 한 달이 걸렸다.

가족이 없던 메르시의 장례식에서 상주 역할을 맡은 사람은 아리였다.
소녀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기 위해 마을 사람들이 작은 공간에 모여주었다.

장례가 끝나고, 마을 뒤편의 단풍나무 아래 홀로 앉아 있던 아리에게 마을 이장이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저는 이 마을의 이장입니다. 당신이 메르시의 동료라는 아리 님이 맞으시지요?”

아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짧은 인사를 건넸다. 이장은 주머니에서 낡은 수첩을 꺼내 아리에게 내밀었다.

“이건…?”

“메르시의 유품입니다. 아무래도 당신이 가지고 있는 게 좋을 것 같군요.”

그는 아리에게 수첩을 전해주고 자리를 떠났다.

장례를 모두 마친 후, 아리는 비화원에 있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방 안에서 조용히 누워만 있던 그녀는, 어둡고 적막한 분위기 속에 잠겨 있었다.
그때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똑, 똑.

“아리, 식사를 가져왔는데... 좀 먹지 않겠니?”
문 밖에서 듀드의 목소리가 들렸다.

“네… 나중에 먹을게요.”
아리는 힘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래... 문 앞에 두겠으니, 나중에라도 꼭 먹도록 해라.”

아리는 대답 대신 그저 누워서 문 밖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문 밖에서는 듀드와 홍아가 낮은 목소리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꼬맹이는 아직도 저러고 있어?”
홍아가 물었다.

“예, 아무래도... 받은 충격이 너무 컸겠죠.”
듀드의 목소리에 한숨이 섞여 있었다.

“후… 역시 말렸어야 했던건가...”
홍아가 씁쓸하게 중얼거렸다.

“일이 이렇게까지 틀어질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더 이상 듣고 있기가 힘들어진 아리는 머리를 베개에 파묻고 이불을 단단히 뒤집어썼다.

툭—

그녀가 몸부림치는 사이, 무언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마을 이장이 건네주었던 낡은 수첩이었다.

아리는 마르지 않은 눈물 속에서, 조심스럽게 메르시의 수첩을 펼쳤다.
첫 페이지에 붙어 있는 낡은 단풍잎을 보자마자, 가슴 한구석이 찌릿하게 아려왔다.
그녀는 손가락이 떨리는 것도 잊고 천천히 뒷장들을 넘겨보았다.

수첩 안에는 메르시가 여행 도중 겪은 일들이 일기처럼 빼곡히 적혀 있었다.
요한과 함께 마을에서 있었던 일들, 엘리니아로 향하면서 만났던 사람들과 사건, 그리고 요한이 죽은 뒤 느낀 슬픔과 절망에 대한 기록들.
하지만 글이 이어질수록, 그녀가 어떻게 그 슬픔을 극복해나갔는지, 교회에서의 생활과 수련에서 겪은 일들이 담담하게 적혀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는 아리와 만났던 일들이 남아 있었다.

[3월 2일]
비화원이라는 곳을 방문했다. 그곳에서 나와 함께 임무를 수행할 여자아이를 만났다.
긴 머리에 예쁜 아이였고, 나와 또래처럼 보이는데… 잘 지낼 수 있으면 좋겠다.

[3월 3일]
목욕을 하던 중, 내가 겪었던 일들을 그 아이에게 얘기했다.
그 아이는 내게 너무 큰 부담을 지지 말라고 했지만, 나는 그만 화를 내버리고 말았다. 정말 그러려던 게 아니었는데… 너무 심한 말을 했나 싶다.
그럼에도 그 아이는 스스로도 고아라고 말하며, 언제든지 하소연하라며 웃어주었다.
오랜만에 만난 또래 여자아이와의 공통점이 ‘고아’라는 것뿐이라니, 슬프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오히려 마음이 가벼워졌다.
왠지 그 아이와는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임무가 끝나도 그녀와 함께 여행을 떠나보고 싶다.

아리는 시선을 돌려 수첩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마르지 않은 눈으로 수첩을 펼쳐보니, 거기에는 메르시가 적어놓은 추억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서로가 친구가 되고 싶어 했음에도, 결국 친구가 되지 못한 채 이별을 맞이했다는 사실에 아리는 참을 수 없는 슬픔을 느꼈다.
결국 그녀는 소리 없이 흐느끼며 눈물을 흘렸다.

얼마가 지났을까. 아리는 타는 듯한 갈증으로 잠에서 깨어났다. 물을 마시기 위해 복도로 나온 그녀는 식당으로 향하던 중,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대화에 걸음을 멈추었다.
한 사람은 장로의 목소리였고, 다른 한 사람은 그날 메르시와 함께 있었던 ‘사제 영감’이었다.

“하하, 덕분에 골치 아픈 일을 처리할 수 있었습니다.”
“별말씀을. 어려울 때는 서로 돕는 거 아니겠습니까?”

장로와 사제가 주고받는 이야기였다. 아리는 귀를 기울였다.

“후, 정말이지... 저주받은 신전에 진짜 들어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가슴이 철렁했죠. 설마 그년들이 정말 거기까지 갈 줄이야...”

“그만큼 여신교가 대단하다는 뜻 아니겠습니까. 별 볼 일 없는 고아도 여신님의 힘이란 것만으로 그 정도 성과를 냈으니, 하하!”

“하하,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감사하군요. 다음에도 이런 일이 있다면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물론이죠. 언제든지 불러만 주십시오.”

문 밖에서 이들의 대화를 듣던 아리는 망치로 얻어맞은 듯 정신이 아득했다.
방금 저들이 나눈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이 일이 단순 임무가 아니라 ‘메르시를 처리하기 위한 덫’이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분노가 치솟은 아리는 당장이라도 달려가 습격할 듯 자세를 잡았다.

그때, 어느새 나타난 듀드와 홍아가 그녀를 저지하며 입을 막았다.
두 사람은 아리를 억지로 끌고 방으로 들어왔다.

“이게 무슨 짓이에요!”
아리가 풀려나자마자 소리를 질렀다.

“너야말로 무슨 짓을 하려던 거지? 장로님을 습격하기라도 하려고?”
홍아가 날 선 목소리로 따졌다.

“둘 다 못 들으셨어요? 방금 그들이 한 얘기! 저들 때문에 메르시가—!”

“그렇다고 장로님을 해치는 건 용납할 수 없다.”
흥분한 아리를, 홍아가 단칼에 제지했다.

눈물을 글썽이는 아리는 곁에 있던 듀드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듀드는 그녀의 시선을 피하기만 했다.

“스승님... 왜 아무말씀 안하시는거에요...? 설마.. 아니죠..? 네?”
아리는 떨리는 음성으로 물었지만, 듀드는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왜 대답 안 해요? 아니라고 해줘요, 제발!”
아리는 울먹이며 듀드의 어깨를 붙잡았지만, 그에게선 아무런 반응도 돌아오지 않았다.

결국 그녀는 주저앉아 흐느끼기 시작했다.

“...알고 있었던 거예요? 우리 둘이 죽을 거란 걸?
하지만 스승님은 우리에게 주문서도 줬잖아요... 정말 죽길 바랐다면, 그건 왜...”

듀드는 미안하다는 말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어째서... 왜 아무것도 하지 않은 거예요? 적어도 말렸거나 진실을 알려줬다면!
그랬다면 메르시가 그렇게 죽지 않았을 거라구요!”

방 안에는 그녀의 분노만이 가득했다.

“다 죽여버리겠어요...”
아리는 이를 악물며 중얼거렸다.

“뭐? 그게 무슨 소리냐!”
듀드가 놀라며 외쳤다.

“장로든 그 사제 놈이든, 메르시를 그렇게 만든 놈들을 전부 죽여버리겠다구요!”

“정신 차려, 아리! 그런 식으로 해결될 리 없어!”
듀드가 절박하게 말했지만,

“시끄러워요! 스승님도 마찬가지잖아요! 우리가 위험할 땐 가만히 있더니, 이제 와서 날 말린다고요?!”

듀드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떨구었다. 바로 그 순간,

짜악!

홍아가 그녀의 뺨을 세게 때렸다.

“얌전히 들어주고 있었더니... 언제까지 어린애처럼 굴 셈이야?
네 실력으로 우리를 뚫고 장로님하고 그 사제님을 죽이겠다고? 목숨이 몇 개라도 되나**?”

눈물을 흘리는 아리는 분노에 가득 차 단검을 꺼내 홍아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홍아는 손쉽게 그녀의 공격을 피하고 단검을 빼앗아, 아리를 제압했다.

“이게 네 실력이냐? 이런 솜씨로 누구를 죽이겠다는 거지? 지나가던 개가 웃겠군.”

아리는 여전히 홍아의 발 밑에서 씩씩대고 있었다. 그런 그녀를 보며 홍아는 한숨을 내쉬고는 말했다.

“떠나라.”

갑작스러운 홍아의 말에 아리는 물론, 듀드도 놀라 고개를 들었다. 홍아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비화원의 상급 블레이드의 권한으로 명령한다.
지금부터 넌 비화원 소속이 아니다. 당장 이곳을 떠나. 그렇지 않으면 억지로라도 내쫓겠다.”

홍아는 아리를 놓아주었다. 충격에 잠긴 아리는 듀드와 홍아 사이를 헤집고 달려나갔다.
비화원의 문을 힘껏 박차고, 그녀는 어딘가를 향해 ** 듯이 뛰어갔다.

아리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리스 항구에 와 있었다.
항구는 그곳에 사는 어부들과, 방금 막 메이플 아일랜드에서 넘어온 새내기 모험가들로 붐비고 있었다.
갈 곳도, 기댈 사람도 없는 현실에 아리는 한참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그녀의 시선이 ‘메이플 아일랜드행’ 배편에 꽂혔다.
딱히 그곳에 대해 아는 건 아니었지만, 어디든 멀리 떠나고 싶었던 그녀는 무작정 배에 몸을 실었다.

메이플 아일랜드에 도착한 아리는 그저 정처 없이 걸었다.
사우스페리를 지나 암허스트, 그리고 달팽이 동산까지 돌아다닌 끝에, 커다란 단풍나무가 우거진 언덕에 도착했다.
메르시의 마을에 있던 단풍나무보다도 훨씬 큰 그 나무 아래에 몸을 기대고, 아리는 눈을 감았다.

‘이제 어떡해야 하지... 친구도, 가족도 전부 잃었는데... 이런 삶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절망감에 빠져 고개를 떨구고 있던 아리에게 누군가 다가왔다.

“저... 저기...”

누군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아리는 고개를 들어봤다.
자신을 부른 이는 자신 또래의 소녀였고, 아리의 거친 모습에 당황한 듯 보였다.

“그, 그게... 혹시 단풍잎 모양 머리핀 못 봤니...? 방금 여기서 떨어뜨린 것 같은데...”

쭈뼛거리는 소녀에게 아리는 무심하게 언덕 아래를 가리켰다.

“저기 있네.”

그러곤 다시 고개를 숙였다.
소녀는 재빨리 달려 내려가 머리핀을 찾아왔고, 잠시 후 아리에게 다가와 다시 말을 걸었다.

“머리핀 찾아줘서 고마워. 덕분에 살았어.”

“응... 다행이네.”

소녀가 환한 미소로 말했지만, 아리의 답변은 차가웠다.
그러나 그럼에도 소녀는 주저하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저기... 난 슈가라고 해. 너는 이름이 뭐야?”

“아리.”

짧은 대답, 마치 대화조차 귀찮다는 듯.
하지만 슈가는 아리의 차가운 반응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아리라고 하는구나! 혹시 아리도 모험가 지망생이야?”
슈가는 아리의 허리춤에 있는 단검을 가리켰다.

“아니... 그냥 들고 다니는 것뿐이야.”

“아... 그렇구나. 난 말이야, 마법사가 되고 싶어!
그중에서도 사제가 돼서 사람들을 돕고 싶어.”

사제라는 말에, 아리는 문득 얼굴을 들어 슈가를 바라봤다.

“사제...?”

“응!”
슈가는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연줄이라도 있어?”

“엥...? 갑자기 무슨 소리야?”

“연줄이 없다면, 너한테 대단한 재능이라도 있는 거야?”

“어... 아니, 잘 모르겠는데...?”
아리의 돌발 질문에 슈가는 당황해하며 머뭇거렸다.
그때 아리의 목소리는 날카로워졌다.

“그럼 포기해.”

“응?”

“때려치라고! 못 알아들었어?”

감정이 북받쳐 오르는 아리는 자기도 모르게 언성을 높였다.

“아무런 연줄도, 재능도 없는 애가 노릴 만한 게 아니라고!
그러다 자칫 잘못돼서 죽기라도 하면, 그게 개죽음 말고 뭔데?!”

아리는 눈물을 흘리며 소리쳤다.
그런 아리의 격한 반응에 슈가는 깜짝 놀라면서도, 천천히 그녀의 어깨를 토닥였다.

“왜... 왜 그래... 무슨 일 있었어...?”

슈가의 걱정 어린 말에 아리는 흥분을 가라앉히며 고개를 떨궜다.

“미안... 화를 내버렸네.”

슈가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난 괜찮아. 그런데... 혹시 무슨 일인지 물어봐도 될까?”

한참 동안 침묵하던 아리는 마침내 입을 열었다.

“내게... 친구가 있었어. 너처럼 사제가 되고 싶다는 애였지.
재능도 충분했는데... 연줄이 없었나 봐. 결국 무리한 임무에 투입됐고...
혼자 희생해서 목숨을 잃었어.”

아리는 슈가에게 말하면서도, 메르시의 얼굴이 눈앞에 떠올라 눈가가 뜨겁게 젖었다.

“무척이나 소중한 친구였나 보네.”

슈가가 조용히 말하자, 아리는 나지막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 처음으로 사귄 친구였는데… 막상 그 애가 죽을 땐 난 아무것도 못 해줬어. 전부 내 탓이야. 내가 조금만 더 강했더라면… 분명 살릴 수 있었을 텐데.”

슈가의 품에 파고든 아리는 흐느끼며 눈물을 흘렸다. 차마 억누르지 못할 슬픔이 가슴을 짓눌렀다.
그런 아리를 토닥여주며 슈가가 물었다.

“그 아이의 희생으로 세상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응?”

" 그 아이의 희생은 정말 아무것도 이루어 내지 못한 개죽음 이었을까? "

슈가의 뜻밖의 물음에 아리는 답하지 못했다. 친구의 죽음을 ‘개죽음’으로 폄하하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래도 죽으면 의미가 없는 거 아니야? 아무리 목숨 바쳐 사람들을 구해도, 정작 감사를 받을 사람이 이 세상에 없다면 그 행동에 무슨 의미가 있는데?!”

아리의 말에 슈가는 잔잔한 목소리로 이어갔다.

“네가 살아남았잖아. "

"그 아이가 한 행동은 감사를 받고 싶어서도, 보상을 받기 위해서도 아니야. 그냥… 네가 살아남길 바랐을 뿐이라고.”

그 말에 아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다시금 흐느꼈다.

“도대체… 

도대체 나 따위가 뭐라고…”

“소중한 친구였지. 설령 자신이 죽게 되더라도, 너만은 꼭 살아남길 바랐을 거야.”

그랬다. 아리도, 메르시도.
설령 자신이 죽게 된다 하더라도 주저 없이 상대를 살리려 했을 것이다.

“메르시… 메르시…”

돌아올 수 없는 친구의 이름을 부르며 아리는 흐느꼈다. 슈가는 묵묵히 그녀의 등을 토닥였다.

“그 아이가 널 위해 목숨을 내놓았다면, 네가 해야 할 건 여기서 후회만 하는 게 아니야.
그 아이의 뜻을 이어서 앞으로 나아가야지.
그 애가 살아서 이 세상에 하려던 건 뭐였을까? 그 애가 되고 싶었던 사람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슈가의 물음에 아리는 고개를 살짝 들며 대답했다.

“사람들을 믿어주고… 그들의 축복이 되어 줄 수 있는 존재… 의지할 수 있는 누군가가 되는 거.”

슈가는 미소 지으며 아리의 눈을 바라봤다.

“그럼 이대로 그냥 여기서 멈춰 있을 거야?”

“하지만… 난 도저히 메르시처럼 될 수가…”

슈가는 고개를 저으며 부드럽게 말했다.

“굳이 그 아이를 똑같이 따라야 할 필요는 없어.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길이 있고, 그걸 다른 누군가가 완벽히 대체하기란 쉽지 않거든.
하지만 적어도 그 아이의 뜻을 이어줄 수는 있겠지, 죽은 사람은 아무것도 할 수 없지만, 살아남은 이가 그 뜻을 계속 품고 나아간다면,
그 사람의 의지가 세상에 남아 누군가의 기억 속에 살아 있을 수 있지 않을까?”

슈가는 잠시 숨을 고르고, 계속해서 말했다.

“사람은 언젠가 모두 죽게 마련이야. 하지만 그중에는 자신의 의지를 이어받은 이들이 못다이룬 꿈을 완성해 주고,
그런 반복이 쌓여서 지금의 세상이 만들어진 거야. 물론 혼자 힘으로 세상을 바꾸긴 어렵겠지만, 같은 뜻을 가진 이들이 함께라면 가능할지도 모르지.
그리고 아리가 그 아이의 뜻을 이어받아 계속 나아가면, 언젠가는 그 아이의 꿈이 이뤄지지 않을까?”

슈가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리는 모두 어제의 의지를 이어받은 ‘오늘’의 모험가들이야.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어제’를 이어준 이들의 뜻을 ‘내일’로 이어가는 거겠지.”

‘어제를 이어주고, 내일로 이어간다.’
슈가의 말에 메르시를 떠올린 아리는 가슴이 벅차올랐다.

“다시 한 번 묻을게 아리. 지금 네가 해야 할 건 뭘까?”

슈가의 물음에 아리는 크게 심호흡을 한 뒤 대답했다.

“사람들이 의지할 수 있고, 또 사람들을 구할 수 있는 모험가가 되겠어.”

아리의 결의에 찬 말에, 슈가는 미소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

“나도야. 앞으로 잘 부탁해, 아리!”

두 소녀는 거대한 단풍나무 아래에서 악수를 나누었다.




떠나간 이들은 이제 누군가의 기억 속에만 존재한다.
하지만 그들이 남긴 의지를 살아남은 이들이 이어받아 세상을 바꿔 나간다면,
그것은 떠난 이들이 남긴 가장 아름다운 흔적이 될 것이다.
세상은 언제나 이어지고, 또 이어받으며 변화해 왔으며,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리고 친구의 의지를 이어받은 소녀 또한 내일을 향해 당당히 나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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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길었던 프롤로그의 끝입니다. 다음화 부터는 인게임의 스토리를 각색한 내용이 나올 예정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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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자 캐릭터 아이콘0퍄팟 Lv. 228 스카니아

댓글1

  • 캐릭터 아이콘0퍄팟 2025.01.27 오후 09:22:28

    https://www.inven.co.kr/board/maple/2447/5309 뒷 내용은 인벤에서 올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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