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창이의 메이플 월드(7)
터벅. 터벅. 터벅.
남자는 걸었다. 하염없이.
오랜만의 풍경. 오랜만에
보는 사람들. 그가 이토록 걷는 것에 집착한 것은
이 곳이 그의 고향이었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당신 정도의 모험가라면 언제라도 ‘리턴 투 메이플’ 스킬로 돌아 올 수 있었을 텐데요… 굳이 빅토리아 호를 타신 이유가 뭡니까? ]
샹크스의 말에 딱히 거창한 이유를 댈 필요도 없었다.
최근 모험까지도 고성능 순간이동의 돌로 계속 이동을 해왔던
자신 아니였던가.
그런 자신을 잘 알았기에 적어도 지금 이 순간.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오는 순간만큼은 자신의 발로 확인
하고 싶었던 걸지도 모른다.
그래서 남자는 걸었다.
처음은 배에서 내렸던 장소 사우스페리.
그리고 레인보우 스트리트. 그가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주변 환경이 휙휙 지나간다.
“후우… 이곳도 몇 십년 만인지.. “
그가 한 두발자국 더 내딛자마자 곧장 새로운 간판이 보인다.
‘암허스트’
‘촌장은 여전히 잘 있겠지..?’
자신이 메이플 아일랜드를 떠나고 몇 십년만의 귀환이었다.
물론 큰 걱정은 없었다.
플레이어인 자신과는 다르게 저들 NPC들은 나이를 더디게 먹지 않던가? 하지만 몇 십년이란 세월은 그에게도
감회가 새로운 지 주먹을 쥔 손은 긴장한 듯 땀이 배어 나왔다.
“하하하.. 괜한 걱정이였나. “
멀리서 루카스 촌장이 두 팔 벌려 반겨온다.
“이보게 !! 자네 왜 이제야 왔나 ! 조금만 일찍 왔으면 내 손자 손녀 같은 녀석도 보여줬을 텐데 – “
‘이 촌장님도 어지간히 그대로구만.. ‘
“허허. 뭐 그리 되었습니다. 그치만 손자손녀 라뇨? 언제 늦둥이라도 낳았습니까?”
“크하하 예끼! 내가 무슨 자식복을 더 바란다고! 이 마을에 사는 말괄량이들일세. 지금은 마이에게로 수련을 보냈지. “
“호오-. 마이라니 그 애가 벌써 수련생까지 받을 정도면. 세월이 흐르긴 했군요.”
루카스 촌장은 껄껄 한 바탕 웃으며 남자의 말을 받아
쳤다.
“자네가 온다고 마을도 축제 준비로 가득 하다네. 여기서
이러지 말고, 우선 안에서 대화 하시게나- ! “
그 역시 그러고 싶었다.
몇 십년만의 재회란 감성에 젖어 들기 쉬우니까.
하지만 그는 본래 목적을 잊지 않았다.
그가 단순히 이 곳 고향을 찾아온 이유는 감상에 젖기
위해서가 아님을
그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는 촌장의 환영에도 기꺼워 할 수 만은 없었을
것이다.
“촌장님의 환대에는 감사하지만.. 우선 보셔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는 이 곳을 방문한 목적을 분명히 하기 위해
품 안에 고이 간직해 온 것을 꺼냈다.
“그건…흑…흑
수정..!! “
순간 루카스 촌장의 표정이 일변했다.
값 비싼 보석을 봐서?
아니다.
흔치 않는 아이템이라서?
아니다.
그 역시 알고 있었다.
루카스 촌장이 저리 허둥대는 이유가 그리 단순한 이유가 아님을.
이전과는 다르게 정적이 맴돈다.
3초..5초..9초…
“그렇다면… 결국 ‘트리스탄’이 실패했다는 것인가…”
먼저 침묵을 깬 것은 촌장 이였다.
끄덕.
작은 끄덕임. 그는
긍정도 부정도 아닌 듯, 작게 고갯짓만을 했다.
“정확히는 반은 실패하고 반은 성공한 듯 합니다.. 이제와
마왕 발록의 분신체인
주니어 발록이 제단에서 소환된 것을 보아하니.. “
흑수정.. 그것은
오직 주니어 발록에서만 구할 수 있는 아이템이었다.
“트리스탄의 봉인이 약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한 알고 있었다. 분신체는 한 마리가 아니라는
것을.
“앞으로 거대한 피를 흘리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이 곳 역시..”
루카스 촌장이 마른 침을 꼴깍 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