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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소설] 에반 키우기 3 (8)

캐릭터 아이콘PEYLSW

본 유저수1,173

작성 시간2023.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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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근데 이베흐의 부하들은? 그 부하들도 이제부터는 나의 적이야? 아까 분명 이베흐 주변의 토끼 인간들도 나를 향해 대공포를 쐈다.

나는 지금 타고 있는 비공정 내부를 돌아봤다. 이곳에도 토끼 인간들이 여럿 있었다. 하지만 나에게 적대감을 표시하는 녀석은 없다. 그들도 놀랐는지 큰 눈을 사방으로 굴렸다.

조종실을 한번 확인한 벨라가 도로 내게 다가왔다.

“…괜찮으십니까.”

“어… 괜찮아.”


/ / / / /


얼굴 근육이 경직되어 말도 쉽게 나오지 않았다.

“우리 지금 어디로 가는 거야? 이베흐는 어디 있어?”

“이베흐가 어디 있는지는 저도 모릅니다. 저희는 이베흐의 기함으로 돌아가는 중입니다.”

“거기 이베흐가 있으면 어떡해?”

“일단 거기로 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베흐보다 먼저 도착해서 에반 님이 사령부를 점령해야 합니다.”

사령부를 점령해? 그건 또 무슨 소리야. 도대체 날 가지고 뭘 하려는 거야.

설귀도를 향해 날아오는 데에는 10분 남짓이 걸렸다. 돌아가는 것도 비슷하게 걸릴 거다. 앞으로 무슨 일이 있을지 몰라 나는 그 10분을 최대한 음미하기로 했다. 미르와 붙어 앉아 깊은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는 칼과 방패를 바로잡았다. 비공정 창문으로 바다에 정박해있는 이베흐의 기함과 그 함대가 보이기 시작했다.

“구륵꾸륵!”

조종을 담당하던 토끼 인간이 갑자기 이상한 울음소리를 내었다. 앞발을 내밀어 계기판에 있는 노란 버튼을 눌렀다. 천장에서 사이렌이 울리기 시작했다. 직후에 벨라가 소리쳤다.

“미사일입니다! 탈출해야 합니다!”

소리를 듣자마자 몸이 반응했다. 곧장 미르의 등으로 올라탔다. 벨라도 따라서 올라탔다. 토끼 인간들은 낙하산을 집어 들고 밖으로 뛰어내렸다. 미르는 나와 벨라를 태운 채로 날아올랐다.

벨라의 말처럼 작은 미사일 한 발이 뒤로 시퍼런 열기를 분사하면서 날아왔다. 비공정 측면에 박히고 순식간에 폭발했다.

날아온 미사일은 단 한발뿐이었다. 미사일을 수십 발을 쐈으면, 아님 대공포라도 쐈다면 우리는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나와 벨라는 미르를 타고 해안에 정박해있는 기함에 착륙했다. 이베흐의 기함이자 사령부였다. 이베흐 대신 갑판에는 다른 사람이 올라서 있었다. 박규상 중장이었다.

박규상은 함교와 갑판의 경계에 있었다. 토끼 병사들도 몇몇 있었지만 그들은 한참 뒤에 서서 지켜보기만 했다. 박규상은 전투 조끼에 방탄모까지 착용했다. 가슴 앞으로 소총 한 자루를 들고 있고 조끼에 달린 단검과 수류탄을 볼 때 상당히 본격적이었다.

우리도 그 갑판 위에 착륙했다. 착륙한 우리는 미르의 등에서 미끄러져 내려갔다. 박규상과 우리가 같은 바닥을 밟고 있었다. 나는 벨라에게 물었다.

“박규상이 저기 서 있는 건 무슨 의미일까.”

벨라가 저격소총의 렌즈에 눈을 가져가고 박규상의 모습을 자세히 훑어봤다.

“아무래도 이베흐는 여기에 없는 모양입니다. 저런 건 보통 협상을 하자는 뜻입니다.”

“오, 다행인데?”

하지만 벨라는 나를 붙잡았다.

“생각 없이 다가가면 안 됩니다. 저쪽도 준비해둔 수가 있을겁니다.”

“나도 생각이 있어.”

“없어 보입니다.”

“……”

내가 무시당할 만큼 멍청하긴 하지만, 그건 너무 대놓고 무시하는 거 아니냐.

벨라는 방아쇠 울에 손가락을 집어넣으며 말했다.

“제가 저격으로 해결하는 게 좋을지도 모릅니다.”

“다치게 만들면 안 될 거 같아.”

“어째서죠.”

나도 아는 게 많은 건 아니었다. 다만 이제부터 내 행동에 따라 내 거취가 달라질 건 분명했다. 그렇다면 이 다음 행동은 내가 직접 정해보고 싶었다.

난 내 아이디어를 최대한 그럴듯한 문장으로 설명했다.

“저 사람도 나름 똑똑한 사람 아니야? 군단장이면 엄청난 지식인이잖아. 싸울 게 아니라 협력하는 게 좋을 거 같아.”

벨라가 한숨인지 모를 숨을 내쉬었다.

“그래요. 그럴 수도 있죠. 하지만 어떻게 협력할 겁니까.”

“일단 내 마법으로 저 사람을 제압하는 거야. 그다음에 내 비전을 제시하는 거지.”

벨라가 헛웃음을 쳤다.

“진짜 말 같잖은 소리만 골라서 하시네요.”

“그러냐?”

“마법으로 제압해버리면, 그다음부터 무슨 수로 협력한다는 말입니까. 마법의 힘으로 몰아붙이면 저쪽에서도 힘으로 받아칠 겁니다.”
그 말도 맞다. 아무렇게나 마법을 부렸다간 우리가 위험해진다. 저 사람의 지시 한마디에 온 함대가 우리를 향해 미사일을 쏠지도 모른다.

“너 말은… 역시 힘을 안 쓰고 해결해야 좋다는 거지?”

“근데 그것도 불가능할 겁니다.”

“왜?”

“에반 님을 구하러 가기 전에 제가 총 손잡이로 박규상 중장 뒤통수를 내리찍었습니다. 비공정 이륙 허가를 받아내려고요. 그래서 저희를 곱게 둘 리가 없습니다.”

“에라이 씨.”

“어쩌라고요. 안 그러면 에반 님은 진작 죽어 없어졌을 겁니다.”

“…그건 알아.”

모르겠다. 이미 박규상이나 나나 너무 심하게 대립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난 그 와중에도 조금의 희망을 느꼈다.

박규상은 나와 반대편에 서 있지만 사실 나는 그와 거의 이야기를 나눈 적이 없다. 그리고 지금은 이베흐가 사라지고 에델슈타인과의 연락도 두절 되었다. 이렇게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라면 의외로 말이 통하지 않을까.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이견 조율도 가능하지 않을까?

나는 벨라를 냅두고 앞으로 걸어 나갔다. 미르는 천천히 날갯짓하며 나를 뒤따랐다.

“아냐. 따라오지 마.”

“무슨 말이야 마스터.”

“뭐랄까… 저쪽은 혼자 나와 있는데 내 쪽은 너랑 나 둘이서 가면 형평이 안 맞잖아.”

박규상 외에 토끼 병사들이나 인간 병사들도 있었지만 그들은 박규상의 한참 뒤편에 도열했다. 마치 ‘이곳에는 내 병사들도 있지만, 우선 1대1로 대화하고 싶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 같았다. 적어도 내게는 그렇게 느껴졌다.

미르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기색이었다.

“그게 뭐가 중요해 마스터. 혼자 갔다가 무슨 봉변을 당할 줄 알고.”

“물론 잘못될 수도 있지만…”

그렇지만 내 쪽에서도 미르와 벨라를 제쳐두고 혼자 걸어간다면, 내가 가진 협상 의지를 저쪽이 알아볼지도 모른다. 그럼 나에게 조금 더 호의적으로 나와줄 수도 있는 거 아닌가.

물론 이것도 남들에겐 1차원적이고 얄팍해 보이겠지. 하지만 일단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결국 미르와 벨라는 뒤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나만 홀로 박규상을 향해 텅 빈 갑판 위를 걸었다.

잠시 후 박규상의 앞에 다다를 수 있었다. 박규상과 나의 거리는 대략 열 걸음 정도. 내가 걸어오는 내내 박규상은 미동도 없이 서 있었다. 내가 먼저 말을 붙여보았다.

“저… 저기요?”

박규상의 입 모양이 움직였다. 뭐라고 말한 것 같았다. 바람에 묻혀서 소리가 안 들렸나. ‘뭐라고요?’라고 물으려던 찰나에 머리 위에서 핑-! 하는 소리가 들렸다. 난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머리 위에서는 거대한 세탁기 같은 사각형 기계장치가 떨어지고 있었다. 이번에도 반사적으로 오른편을 향해 몸을 던졌다. 쾅 소리가 나며 기계장치는 바로 내 발치에 떨어졌다 갑판이 움푹 파일 정도로 충격이 컸다. 동시에 박규상은 기계장치로 달려왔다. 장치 후면에 달린 사다리를 타고 올랐다. 박규상이 장치에 올라타는 데는 단 몇 초도 걸리지 않았다. 장치 윗면에는 조종석으로 보이는 공간과 여러 조종 장치들이 있었다.

황급히 일어난 나는 일단 기계장치에서 멀어졌다. 그렇게 물러선 상태로 장치의 움직임을 지켜봤다.

박규상이 스위치를 돌리자 하단에서 작은 받침대가 튀어나왔다. 앞뒤로 두 개의 받침이 기계장치를 지면에 고정시켰다. 전면에 있던 구멍 3개가 열렸다. 두 개의 작은 총열과 하나의 길고 두꺼운 총열이 튀어나왔다.

이내 3개의 총열에서 동시에 총알이 발사되어 나왔다. 난 바로 방패에 힘을 불어넣었다. 맑은 색의 보호막이 날 감쌌다. 방패를 뚫는 총알은 없었지만 방패를 들기가 버거울 정도의 충격이 계속해서 가해졌다. 방패를 놓칠지도 모르겠다 싶었던 나는 기계장치를 한 번 더 바라봤다.

그 기계는 화력만큼 기계에 전해지는 반동도 심했다. 때문에 지면에 고정된 형태로만 작동하고 총구 방향을 트는 것도 한계가 있은 모양이었다.

난 두 다리에 마력을 주입하고 뛰어올랐다. 발밑에서 마나를 내뿜으며 활공 상태를 유지했다. 내가 공격 범위 밖으로 벗어나자 기계장치도 모습을 바꾸었다.

박규상은 장치에서 두 개의 리모컨 같은 것을 손에 쥐었다. 그리고 몇 개의 스위치를 돌리자 기계장치 옆면이 꿈틀거리다가 흡사 팔 같은 것이 튀어나왔다. 그다음에는 장치가 조금씩 일어나기 시작했다. 사각형의 기계를 들어 올리고 있는 건 두 개의 기계 다리였다.

완전히 일어난 그 기계는 팔다리가 달린 일종의 엑소슈트였다. 두 팔에서는 각각 4개의 총구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이 활공 중이던 나를 겨누었다. 총구들이 회전하며 이번에도 엄청난 수의 총알을 주변으로 흩뿌렸다. 내가 왼편으로 이동하자 총구도 따라 움직였다. 이래서는 박규상을 힘으로 제압하는 방법밖에 없다.

난 박규상을 향해 직행했다. 총알 세례를 방패로 막아내며 겨우겨우 박규상의 조종석 앞에 도달했다. 기계의 두 팔이 총구에서 손가락이 달린 손으로 변했다. 두 기계손이 날 붙잡기 위해 양쪽에서 다가왔고 난 몸을 앞으로 던지며 겨우 피해냈다. 이제 박규상을 조종석에서 끌어내리려 했는데, 이미 박규상은 그 자리에 없었다. 대신 수류탄 두 개가 핀이 뽑힌 채 굴러다니고 있었다.

‘……!’

곧바로 방패를 들었다. 코앞에서 수류탄이 폭발하며 난 한참 뒤편으로 날아갔다. 바닥에 나뒹군 내가 고개를 드니 기계장치는 수류탄이 만든 화염으로 불타고 있었다.

이미 장치에서 내린 박규상은 소총을 내게 겨눴다. 소총이 연발로 발사됐다. 기계장치에서 발사되던 총알에 비하면 훨씬 약했기 때문에 방패로 막으면서 쉽게 걸어 나갔다. 그대로 박규상의 앞까지 걸어갔다. 내 방패를 절대 뚫을 수 없을 것 같았지만 박규상은 사격을 멈추지 않았다. 나는 방패로 박규상의 총구를 후려쳤다. 총구가 옆으로 밀려난 틈에 검에 마법을 부여하여 총을 튕겨냈다. 박규상의 손에서 소총이 떠났다. 권총이나 단검을 뽑아 들기 전에 난 칼을 바닥에 떨구고 그의 손목을 잡았다. 벨라가 가르쳐준 제압법대로 박규상을 들은 다음 땅으로 내리쳤다.

마법을 못 쓰는 박규상은 마법으로 강화된 내게 저항하지 못했다.

나자빠진 박규상의 등 뒤로 올라탔다. 그의 옆구리에서 권총을 뽑아 들고 그의 뒤통수를 겨눴다.

여기서 또 반격하면 어쩌나 싶었다. 긴장한 채로 그의 몸을 바닥을 향해 눌렀다. 잠시 가만히 엎드려있던 박규상이 빈손을 양옆으로 들었다. 그건 항복의 의미였다. 두 손을 머리 위로 올리며 항복을 표시했다.

난 그를 겨누던 총구를 거두어주었다. 엎드려있던 박규상은 주춤거리며 일어났다. 딱히 무장을 해제시키지는 않았다. 우리에게 중요한 건 당장 그가 몸에 지닌 총칼이 아니었다. 어차피 박규상이 마음만 먹으면 모든 함대를 동원해서 나를 공격할 수도 있다. 부디 그런 선택을 내리지 않게끔, 스스로 포기하게 만드는 게 중요했다.

박규상이 항복하자 벨라와 미르가 내 쪽으로 달려왔다. 벨라가 박규상의 귀에 대고 이야기했다.

우리는 중장님과 대립할 생각이 없다. 우리는 이 군단과 한 몸이다. 우리는 우리가 가진 정보의 한에서 우리 나름의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러니 우리를 용서해달라. 그렇게 말했다.

박규상은 승낙했다. 다만 ‘이베흐가 돌아오지 않기를 바란다.’라는 이야기를 덧붙였다.

나, 미르, 벨라, 박규상이 다시 기함의 내부로 들어갔다. 박규상은 벨라와 나 사이에서 걸었다. 그의 몸에는 수갑 같은 제압 도구가 전혀 없었다. 하지만 걸어가는 우리의 모습은 마치 박규상을 연행하는 것 같은 인상을 남겼다. 덕분에 기함에 있던 병사들의 시선이 우리를 향해 쏟아졌다.

급변한 부대 상황에 그들은 최대한 티를 내지 않으면서도 걸어가는 우리의 눈빛을 살폈다. 피아도 그 속에서 우려스러운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박규상은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았다. 그의 안색은 좋아 보이지도 나빠 보이지도 않았다. 그것은 병사와 참모들에게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뜻이기도 했다. 참모들은 곧장 그 의미를 이해하고 돌발행동을 하지 않았다.

박규상은 자신의 집무실로 향했다. 나는 내 집무실로 돌아가려 했다. 하지만 벨라는 이베흐의 집무실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난 벨라의 말대로 이베흐의 집무실로 들어왔다.

박규상이 제압당했다는 소문은 단 몇 분 만에 부대 퍼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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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자 캐릭터 아이콘PEYLSW Lv. 10 크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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