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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소설] 에반 키우기 1 (6)

캐릭터 아이콘PEYLSW

본 유저수3,867

작성 시간2023.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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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마지막화)

 

대피소의 근처에 높은 언덕이 있습니다. 언덕 꼭대기에 도착하면 거긴 해안 절벽 지형입니다. 지형이 험한데다가 바람이 많이 부는 곳이라 인적이 아주 드물고, 바람 소리가 커서 비공정의 엔진 소리도 대부분 묻힐 겁니다. 이곳으로 다 같이 이동한 다음 바싹 엎드려서 비공정을 기다리면 됩니다.”

 

 

/ / / / /

 

 

한 치 앞도 보기 힘든 새까만 밤에 우리는 이동을 시작했다. 아빠, 엄마, , , 피아, 벨라. 총원 여섯 명이었다. 벨라가 앞장서 이동했다.

 

원래 대피소 지침은 어두워진 시간에 움직이지 말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대피소를 지키는 시그너스 기사단원들이 너무 부족해 우리를 신경 쓰는 사람은 전혀 없었다.

 

얼마쯤 걷자 대피소 영역이 끝나고 거친 풀숲이 나왔다. 걸을수록 긴 잡초가 온몸을 훑으며 지나갔다. 그곳을 해치며 지나가니 벨라가 설명했던 높은 언덕이 나왔다.

 

언덕은 벨라가 말했던 것처럼 아주 험준했다. 단순한 경사면이 아니라 물이 흐르는 작은 계곡이나 쓰러져있는 거목도 많았다. 땅이 파인 곳도 중간중간 있어서 발끝에는 항상 힘을 줘야했다. 거기에 어두운 밤이라 시야가 거의 없었다. 잠깐만 집중을 놓쳐도 앞사람을 놓치기 쉬웠다.

 

여기쯤이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앞장서 걸어가던 벨라가 멈춰섰다. 그곳은 절벽의 끝이 보일 만큼 높은 곳이었다. 절벽 너머로는 밤하늘과, 밤하늘보다도 훨씬 시커먼 바다가 깔려있었다. 좁은 시야와 거친 바람 소리로 주변과의 소통은 거의 차단되었다. 때문에 그 꼭대기에 혼자 남겨진 기분이 들어 더욱 음산했다.

 

그곳에서 얌전히 엎드려 비공정을 기다렸다. 잠시 후 머리 위에서 4개의 불빛이 눈에 들어왔다. 수직으로 불을 내뿜으며 천천히 하강하는 철갑 비공정.

 

이베흐가 타고있던 기함에 비한다면 훨씬 작은 크기였다. 하늘을 나는 모습이 바다에 띄워놓은 성냥갑 마냥 왜소했다. 하지만 우리를 구해주러 오고 있다는 점에서 그보다 안심될 수가 없었다.

 

너무 걱정하지 말자. 저것만 타면 이 개고생도 다 끝이다. 분명 과거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

 

난 벨라의 얼굴만 바라보며 최대한 심호흡을 했다. 주변을 돌아보던 벨라와 나의 눈이 마주쳤다. 우린 몇 초 정도를 서로 바라봤다.

 

그렇게 바라만 보다 보니 뭔가 이상한 형상이 눈에 들어왔다.

 

방금전까지 너무 어두워서 실루엣만 겨우 보이던 벨라의 얼굴선이 점점 뚜렷해졌다. 짙은 남색의 어떤 조명이 조금씩 벨라를 비췄다.

 

벨라와 내가 동시에 같은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저만치 멀리 보이는 작은 언덕에서 그 짙은 남색 마법진이 열리고 있었다. 도적들 사이에 우뚝 서서 형형한 눈빛으로 우리를 바라보았고, 난 그런 그의 두 눈을 톡톡히 보았다. 온몸에 로브를 두른 그가 손을 뻗자 허공에 보랏빛 두루마리가 펼쳐졌다. 그것은 지금까지 본 그 어떤 도적들보다도 강렬한 기운을 내뿜었다.

 

거대한 수리검이 안개 같은 보랏빛 두루마리를 관통했다. 관통하는 순간 손바닥만 하던 수리검은 사람 키만 하게 커졌다. 수리검은 하늘을 가르며 날아왔고 우린 두 눈으로 그 수리검을 따라갔다. 그것은 우리 비공정의 측면 엔진에 정확히 꽂혔다. 엔진에는 사람 키만 한 구멍이 생기고 그곳에서 뜨거운 불꽃이 새어나왔다. 한순간 비공정은 균형을 잃으며 고도가 낮아졌다. 이내 칠판 긁는 것보다 훨씬 기분 나쁜 파열음을 내며 추락하기 시작했다.

 

오른쪽으로 크게 방향을 튼 비공정이 땅으로 고꾸라졌다. 흙 속에 처박혔고, 그나마 형태를 유지하던 선실들은 몇 차례 내부 폭발이 일어나며 고철 폐허가 되고 말았다.

 

그 모든 일은 단 몇십 초 만에 일어났다.

 

가족들과 피아는 비명을 지르며 사방으로 도망쳤다. 그마저도 폭음과 화염에 갈피를 잡지 못하고 수풀 사이에 자빠졌다. 난 그 불길을 망연하게 바라봤다.

 

잠시 후 익숙한 쇳소리들이 나며 난 정신을 되찾았다. 일전에 몇 번 들어봤던 표창 소리였다. 그리고 일전보다는 훨씬 많은 수가 날아와 박혔다. 공포에 떨며 천천히 뒤를 돌아봤다. 단검을 뽑아들고 발밑에 검은 선형의 문향을 박차며 돌진해왔다.

 

이전보다 도적들의 수가 훨씬 많았다. 이젠 벨라가 썼던 연막탄 같은 수법도 통하지 않는다. 전장은 넓었고 이젠 내 가족을 포함해 지켜야 할 사람이 너무 많았다.

 

도저히 싸울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 그럼 어째야 하냐. 어쩌긴 어째. 도망가야지.

 

난 도적들이 달려오는 쪽의 반대 방향으로 도망쳤다. 온몸에 힘이 들어가고 열이 올라왔다. 생전에 내본 적 없는 비약적 속도로 열심히 뛰었다.

 

그러다 날 멈춰 세우는 목소리가 있었다.

 

어딜 가십니까! 이제 와서 꽁지 빠지게 튀는 겁니까?!”

 

?!”


벨라가 손을 뻗어 내 등짝에 옷깃을 움켜쥐었다. 힘을 주어 잡아당기자 난 뒤로 넘어졌다. 영문을 모른 체 벨라를 바라보니 벨라가 소총 한 자루를 내 품에 떨궈줬다.

 

저기 보이는 바위 뒤에 숨어서 쏘세요! 어차피 도망갈 곳도 없습니다!”

 

거기까지만 말하고 벨라는 다른 곳으로 달려갔다. 벨라는 이미 도적들을 향해 사격을 시작했다. 어쩔 줄 모르겠던 나는 일단 바위 뒤에 숨었다. 바위 너머로 주변을 살피니 날 노리고 달려오는 도적 십여 명이 보였다.

 

벨라가 준 총을 쥐어봤다. 검지를 방아쇠 위에 두고 나머지는 손잡이를 감싸 쥐었다. 탄창에도 총알이 가득 차 그 묵직한 쇳덩이의 느낌이 그대로 전해졌다.

 

내가 직접 쏴본 건 아니지만, 노틸러스 해변의 해적들이 총을 쏘는 걸 본 적이 있다.

 

총열을 따라 시선을 고정하고 총구 끝에 있는 작은 가늠좌를 바라봤다. 그 가늠좌를 적들의 머리 위에 맞췄다. 방아쇠를 당겼다.

 

타타타탕-!

 

“……!”

 

정신을 빼놓는 강렬한 총성과 함께 어깨에 묵직한 반동이 느껴졌다. 그러지 않고 싶었지만 총구가 마구 솟구쳤고 내 몸은 기울어 거의 넘어질 뻔했다.

 

간신히 몸을 가누고 적들이 달려오던 방향을 바라봤다.

 

“……”

 

달려오던 두어 명의 적은 사라졌다. 그들은 주변에 붉은 피를 뿜으며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뒤따르던 도적들도 총알을 피하기 위해 몸을 바싹 낮춰야 했다.

 

총의 위력을 실감했다. 나 같은 풋내기가, 단 몇 초 만에 마법을 쓰는 도적들을 쓰러지게 했다.

 

좀 더 자세를 똑바로 잡았다. 총구가 튀어오르지 않게 어깨로 지탱하고 가늠좌를 겨눴다. 방아쇠를 좀 더 짧게 누르며 두세 발씩 나눠 발사하려 했지만, 막상 엄청난 속도로 다가오는 적들 앞에 그런 침착한 화력 분배가 가능할 리 없었다.

 

조준 과정은 거의 생략한 채 보이는 대로 총을 갈겼다. 그러다 더 이상 방아쇠를 당겨도 격발이 안 되는 상황에 이르고 말았다.

 

?”

 

총알이 다 떨어진 것이다. 허무하게도 내 반격은 끝났다.

 

귀신같이 이를 눈치챈 부송사 도적들이 몸을 일으켜 다가왔다. 이젠 정말 방법이 없었다. 나는 도망치기 시작했다. 마법을 쓰는 도적들을 상대로 도망쳐야 하니 정말 마지막 남은 힘까지 끌어모아 최대한 빨리 달렸다. 당연히 그런 발악도 오래가지 못했다. 빨리 달린 만큼 빨리 지쳐갔고, 진짜 도저히 못 뛰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쯤 다리가 알아서 움직임을 멈췄다. 수풀에 자빠진 나는 나무 그루터기로 기어가 뒤를 살폈다.

 

이제 도적들은 코앞까지 다가왔다. 총알도 없는 나는 확실히 죽은 목숨이다. 도저히 가망이 안 보이는 상황이다.

 

하지만 어느 실낱같은 희망이 보였다.

 

지금 내 가방 안에 들어있는 드래곤 알.

 

난 분명 기억한다. 이 알을 처음 봤을 때 난 마법을 썼다. 주먹 끝에 생긴 마력 구슬로 나무 상자를 치니 상자가 박살 났다. 이때 딱 한 번만 성공하고 이후에는 불가능했지만.

 

여튼 그 능력이 지금 다시 필요하다.

 

난 가방 지퍼를 열고 알을 쓰다듬었다. 제발 한 번만 더 작동해 달라고, 거의 기도하는 식으로 부탁한 다음 주먹을 쥐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런 썩을.

 

곧바로 도적들이 날 덮쳤다. 그루터기 너머에서 도약한 놈이 내 머리 위로 날아왔다. 칼끝이 정확히 내 가슴을 겨누며 떨어졌다. 난 기적 같은 반응속도로 몸을 굴려 칼을 피했다. 도적은 땅에 박혔던 칼을 뽑아 내게 휘둘렀다. 붉은 잔상을 남기는 칼은 큰 궤적으로 주변의 땅과 풀을 거칠게 가르며 내게 다가왔다.

 

그 순간 내가 총을 휘둘렀다. 총을 쏜 게 아니라 몽둥이 쥐듯 덮개를 쥐고 크게 휘둘렀다. 딱히 어떤 생각을 한 건 아니고, 그냥 날 공격하는 대상에게 반사적으로 몸을 움직이는, 본능에 가까운 행동이었다.

 

근데 그 효과는 의외였다

 

투웅-

 

?”

 

휘두른 총 끝이 아직 도적놈에게 닿지도 않았지만 나와 놈 사이에서 푸른 빛이 일었다. 그다음 슬라임 때렸을 때 날법한 퉁, 소리와 함께 도적이 튕겨나갔다. 튕겨나간 도적은 다치지는 않았지만 갑자기 시전된 마법에 어리둥절 하고 있었다.

 

손등을 보니 이전에 그랬던 것처럼 손등에서 푸른 빛이 세어나왔다. 어두운 밤을 배경으로 그 빛은 더 뚜렷하게 강조되었다.

 

이후 한두 명의 도적들이 더 달려들었다. 마력이 깃든 단검은 위력적이었지만 그들의 검술 숙련도는 높지 않았다. 그들은 일선 병력이 아니었고, 단검 공격보다 범위가 큰 나의 소총 휘두르기로 겨우겨우 그들을 몰아내었다.

 

이제 내가 마법 이용자라는 걸 눈치챈 도적들의 태세가 달라졌다.

 

내 리치 밖에서 대열을 맞추고 단검을 바로잡았다. 그다음 서로 간격을 살짝 벌리며 빠져나갈 틈을 주지 않았다. 이전보다 더 각오 어린 모습으로 공격을 준비했다.

 

이건 또 어떻게 이기냐.

 

주변을 돌아보며 벨라를 찾아보았다. 벨라도 날 도와줄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다. 오히려 나보다도 훨씬 많은 수십 명의 도적들을 상태로 총알을 쏟아내며 버티고 있었다. 격렬한 싸움으로 흩날리는 잿가루에 피해 고개를 옆으로 돌려가며 분투했다.

 

난 다시 정면을 바라봤다. 도적들이 코앞에서 한꺼번에 달려들었다.

 

놈들도 이길 수 있을까. 이겨야 한다. 다른 방법이 없다. 난 총 덮개를 강하게 움켜쥐고 다음 타격지점을 노려봤다.

 

도적들의 칼끝과 나의 마법이 거의 부딪히려 하던 그때.

 

-머리 위에 거대한 형체가 나타났다.

 

그것이 무엇인지 파악할 틈도 없이 머리 위에서 검붉은 유탄들이 쏟아졌다. 그것들은 도적들의 근처로 아지랑이 곡선을 그리며 떨어졌고, 잠시 후 시뻘건 불길을 뿜어내며 폭발했다.

 

그 한방에 숲은 화염에 휩싸였다. 폭발은 나 또한 저만치 멀리로 날려 보냈다. 그 강렬한 열기가 내 몸에 와닿았다. 순간 타죽을 수 있다는 위협을 느낀 몸이 열심히 꿈틀거리며 불길로부터 멀어졌다.

 

잠시 후 귀가 찢어질 것 같이 큰 총성들이 이어졌다. 위에 떠 있는 무언가는 밤하늘을 밝힐 만큼 무수한 총알과 발사체들을 쏟아냈다. 섬광이 주변을 밝히자 머리 위에 떠 있는 그것의 정체를 파악할 수 있었다.

 

얼마 전에 봤던 이베흐의 기함이었다.

 

실선처럼 날아온 총알이 나무와 수풀 속에 박혀 들었다. 몸을 일으키는 도적들은 속수무책으로 쓰러져나갔다. 총탄에 맞은 나무가 부서지며 나무껍질과 톱밥이 사방에 튀고 들어본 적 없는 엄청난 굉음이 일었다. 불꽃을 흩날리며 날아간 미사일들이 땅에 꽂히자 후끈한 열기를 내뿜으며 주변의 모든 것을 재로 돌려보냈다.

 

이베흐의 기함은 단 몇 초 만에 눈앞의 도적들을 완파했다.

 

머리 위로 불빛이 나를 밝혔다. 금속 질감의 줄사다리가 내려오는 것이 보였다. 총을 둘러멘 토끼 인간들이 줄사다리를 타고 지면으로 도착했다.

 

아직 전투는 끝나지 않았다. 뒤에 있던 부송사의 후발대와 이베흐의 비공정이 교전하기 시작했다. 서로 가진 화력을 있는 대로 난발하며 맹렬하게 싸웠다.

 

넋을 잃고 그것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압도적인 위용에 앓는 소리도 못 하던 찰나,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뭐해! 뛰어!”

 

벨라의 목소리였다.

 

얇고 작은 손이 내 목덜미 옷깃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그리고 넋을 잃고 주저앉아 있던 날 있는 힘껏 끌고 갔다. 살짝 정신이 들은 나는 품에 드래곤 알을 끌어안은 자세로 굳어있었다.

 

덩치 큰 토끼 인간들이 날 부축해가며 사다리를 타고 올랐다. 잠시 후 이베흐의 기함이 수직으로 엔진을 돌리며 고도를 높였다. 사다리를 올라 기함 내부에 들어온 나는 그제야 몸에 힘을 풀고 드러누웠다. 거의 다 불타고 재밖에 안 남은 해안 언덕이 우리에게서 점점 멀어졌다.

 

모든 게 안전해졌다는 것이 확실해지자 머릿속이 나른해졌다. 그리고 아픈 줄도 모르던 통증들이 온몸에서, 특히 목덜미 뒤에서 올라왔다. 난 잠에 드는 것처럼 의식이 멀어져갔다.

 

그 순간 드래곤 알이 들어있던 배낭에서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괜찮아 마스터. 이제 우린 살았어.”

 

 

/ / / / /

 

 

일어나셨습니까.”

 

“……”

 

몸에 움찔하는 감각이 퍼지며 눈이 떠졌다. 난 환자 병상에 누워 있었고 시야에는 금속 천장과 그곳에 박힌 흰색 조명, 그리고 그 조명을 받는 이베흐와 벨라가 서 있었다.

 

전에 들었던 것과 비슷한 웅웅 소리가 들리는 공간이었다. 나는 이베흐의 기함 안에 들어와 있었다.

 

이베흐가 설명해 주었다.

 

정말 위험했더군요. 몇 분만 늦었어도 살아남지 못할 뻔했습니다.”

 

“…그런가요.”

 

솔직히 이미 늦었다고 생각하기도 했죠. 근데 정말 의외였습니다.”

 

무슨…”

 

에반님의 전투력 말입니다. 난생처음 쏘는 총도 꽤 침착하게 사용하고, 마지막엔 마법까지 휘둘러가며 시간을 끌었다고 들었습니다. 훈련 한번 안 받은 사람의 실력이라고는 믿기지 않습니다.”

 

이제 겨우 눈을 뜨고 정신이 혼미한 와중이라, 칭찬을 듣고도 제대로 반응할 수가 없었다.

 

“…그렇습니까.”

 

이베흐가 내 팔을 잡아당겨 일으켜 주었다.

 

일어나셔도 괜찮습니다. 군의관에게 물어보니 머리에 가벼운 충격을 받아 잠시 기절한 것뿐이라더군요. 몸에 다른 부상은 없으십니다.”

 

몸과 머리가 가뿐했다. 아주 푹 자고 일어난 것처럼 두 다리가 가벼워졌다. 몸을 돌려 침대에 걸터앉고 밑에 있는 신발을 신었다.

 

따라오시죠, 가족분들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이베흐와 벨라는 날 함선의 다른 곳으로 데리고 갔다. 기다랗고 넓은 철제 복도가 이어졌고 복도 가운데에는 붉은 카펫이 깔려있었다. 그 카펫에는 블랙윙의 마크가 웅장하게 들어가 있다.

 

복도 중간의 어느 문을 열고 들어가니 2층 침대가 여러 개 배치되어있는 공간이 나타났다. 그리고 중앙에 있는 금속 테이블과 그 주변에 모여있는 가족들이 눈에 들어왔다.

 

에반!”

 

“……!”

 

엄마 아빠, 형 유타가 내게 달려와 날 끌어안았다. 가족들 너머로는 쭈뼛거리며 서 있는 피아도 보였다. 모두들 다친 곳 없이 멀쩡했다. 그 불바다에서 팔팔하게 살아 돌아왔다니. 말 그대로 기적이다.

 

이베흐는 우리가 그 안도감과 기쁨을 만끽하도록 잠시 기다려주었다. 잠시 후 이베흐가 가족들 품에 있던 나를 가볍게 잡아당겼다.

 

에반 씨, 이리로 와보시죠.”

 

이베흐가 부드럽게 웃으며 내 어깨를 휘감고 걸어갔다. 그것에 이끌려가자 작은 탁자가 보였고, 탁자 위에는 내가 마지막까지 끌어안고 있던 가방이 있었다. 그 주변에는 깨진 알 조각들이 나뒹굴었다. 조심스럽게 가방을 열어보았다.

 

알은 위쪽에는 깨진 구멍이 생겼었다. 깨진 구멍으로 작은 드래곤의 머리가 나왔다. 하늘색 몸에 흰색의 턱과 배를 가진 드래곤이 있었다.

 

그 알은 정말로 드래곤 알이 맞았다. 드래곤이 작게 인사했다.

 

안녕 마스터.”

 

“……”

 

옆에 서 있는 이베흐는 흡족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내 어깨를 두들겨주었다.

 

에반님, 에반님이야말로 정말로 저희 블랙윙에서 찾는 인재이십니다!”

 

난 시선을 왼쪽으로 돌려보았다. 차가운 철제 벽면에는 커다란 메이플 월드의 지도가 붙어있었다. 빅토리아 아일랜드 말고도 반달 모양으로 이어진 오시리아 대륙과 그 외에 신비로운 지물들이 그려져 있었다.

 

평생을 빅토리아 아일랜드 안에서만 살던 내게는 글과 그림으로밖에 접하지 못했던 세상이었다. 이베흐는 내 바로 옆에 붙어서 말했다.

 

에반님이 얼마나 특별한 분이신지는, 이미 본인 스스로 충분히 이해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넓은 세상에서 아주 작은 땅만을 밟아보고 죽습니다. 하지만 에반님께서는 선택받으셨습니다.”

 

이베흐는 설명해 주었다. 난 마법을 쓸 줄 아는 인간으로 태어났다고 한다. 드래곤을 부화시켰고 부송사가 일으킨 난리 속에서도 살아남았다고 한다.

 

그것의 특별함을 블랙윙이 인정해주겠다고 한다. 한술 더해 나에게 함께할 것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에반님이 모르던 이 세상의 비밀들이 많습니다. 평범한 사람들 같아서는 평생토록 모르고 살 비밀들입니다. 저희와 함께 움직이다 보면 그동안 알지 못했던 세상의 이면들을 많이 보게 될 겁니다. 그 과정에서 에반님은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막대한 부와 권력을 얻게 되겠죠.”

 

이베흐가 한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했다.

 

지금이라도 거절하셔도 좋습니다. 저희와 함께해 주시겠습니까.”

 

가방 속에 있던 드래곤이 작은 날개를 펼쳐 날아올랐다. 그것은 내 바로 앞으로 날아와 알짱거렸다.

 

난 정면에 있는 이베흐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이빨이 살짝 드러나는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짙은 선글라스 너머로는 근엄하고 진중한 기운이 느껴졌다.

 

난 이베흐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위아래로 가볍게 흔들며 응수했다.

 

함께하겠습니다.”

 

크하하!”

 

이베흐가 크게 웃으며 손을 연신 흔들었다.

 

블랙윙의 일원이 된 것을 환영합니다 에반!”

 

“……”

 

가족들은 걱정 반 기대 반의 표정으로 날 바라봤다. 벨라는 팔짱을 끼고 지켜봤으며 알을 깨고 나온 드래곤은 내 가슴에 자신의 머리를 부볐다.

 

이베흐는 나를 개인실로 데려가 줬다. 침대와 작은 옷장, 3칸 높이의 수납장 정도만 놓여있는 방이었다. 크기는 작았지만 여기가 비공정 내부라는 걸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었다. 이제부터 그곳에 묵으면 된다고 했다.

 

나는 개인실 벽면에 있는 창문으로 다가갔다. 손바닥만 한 크기의 창문이었지만 넓은 하늘이 훤히 보였다.

 

그때는 깊은 새벽이었다. 기함의 창문으로 내다본 바깥은 새까맣게 어두웠다. 중간중간 기함에서 나오는 불빛이 근처의 구름들을 비추면, 짙고 음산한 구름들은 크기가 가늠조차 되지 않아 공포스러움마저 자아냈다. 그러다가 시선을 조금씩 밑으로 내려보았다. 밑으로는 각자의 불빛을 내뿜는 수많은 비공정들과 비행기들이 보였다. 엄청난 수의 기체들이 이베흐의 기함과 함께 천천히 흘러가고 있었다. 밤하늘에 반짝이는 기함들의 풍경이 마치 마을 종탑 꼭대기에서 바라보는 도시의 야경과도 같았다.


이베흐의 함대는 블랙윙들의 본진, 에델슈타인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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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자 캐릭터 아이콘PEYLSW Lv. 10 크로아

댓글1

  • 캐릭터 아이콘안변하는실력 2023.12.12 오후 06:34:28

    우우우우우웅우ㅜㅇ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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