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과 바다
수평선 너머로 노을이 드리울 때 즈음 낚싯줄이 팽팽히 당겨졌다.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던 노틸러스호는 이내 같은 자리를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놈이 드디어 한바탕 하려나보군.”
낚싯줄의 각도가 좁혀질수록 캡틴은 더욱 세게 낚싯줄을 잡아끌었다. 안심하기엔 일렀다. 손은 줄을 당기고 있었지만 아직도 놈과의 줄다리기에서 끌려다니기만 할 뿐이었다. 그는 줄을 놓고 당기기를 반복하며 놈이 점점 수면 위로 드러나도록 유도했다.
‘제발 왼손아 힘을 내렴.’
저려서 감각이 없는 왼손을 쥐락펴락한 채 캡틴은 어깨에 걸친 낚싯줄을 고쳐맸다. 세 번째 해가 뜰 때까지 쉬지 못하고 낚싯줄을 잡아댄 탓에 그의 몸은 비명을 내지르며 무너져갔다. 그건 비단 왼손만이 아닌 찢어져 선혈이 흐르는 오른손과 짠물을 머금어 퉁퉁 불은 발 또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의 정신은 오롯이 낚싯대에 집중하고 있었다. 꺾이지 않는 의지가 그를 바다로 내몰았다. 죽음 앞에 낚싯줄을 끊고 도망칠 생각이었다면 애초에 뱃사람이 되지 않았을 거다.
“어디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한번 보자!”
캡틴은 자신을 재촉하듯 하늘에 외쳤다. 그에 반응하듯 놈은 점점 더 작은 원을 그리며 돌았다.
‘놈이 지쳤어. 끝까지 줄을 당겨야 해.’
이제 낚싯줄은 낚싯대와 거의 수평이 되었다. 캡틴은 더욱 힘껏 줄을 당겼다. 오른손마저 감각이 사라지고 등이 찢어질 듯 조여와도 그는 줄을 당기는 걸 멈추지 않았다. 처음 놈이 낚싯바늘을 문 순간부터 지금까지, 그는 관객 없는 씨름을 지속했다. 이제 놈을 넘어뜨릴 때가 온 것이다.
“앗!”
그때 파도가 노틸러스호를 강하게 휘몰아쳤다. 선체가 크게 흔들리고 캡틴은 휘청거리다 그만 왼손에 쥐고 있던 낚싯줄을 놓아버렸다. 뱃전에 무릎을 박아, 상처가 가로로 깊게패였다. 찰나의 순간이었다. 당겨서 감아놓은 낚싯줄도 풀어져 놈과의 거리가 크게 벌어졌다. 원은 다시 크게 벌어져 크게 돌고 있었다.
‘이딴 시련 따위로 나를 굴복할 순 없다.’
하지만 넘어지는 그 순간도 그의 오른손은 자신의 책무를 끝까지 다해 줄을 잡았다. 캡틴은 왼손으로 대충 피를 닦아 바닷물에 흘려보낸 뒤 다시 낚싯줄을 잡아당겼다. 어느새 수면 아래로 거대한 그림자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캡틴은 총을 들어 수면을 조준했다. 조금씩, 그리고 또 조금씩. 그림자가 커질 때마다 캡틴의 숨소리도 거칠어졌다. 그동안 녀석과 붙은 삼일. 승자가 가려지는 순간이었다. 놈은 이제 항복의 수건을 던지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걸 깨달았을 거다. 놈에게 영원한 패배의 굴욕감을 새겨넣을 때가 온 것이다.
“난 널 죽일 각오가 됐다!”
캡틴의 도발에 넘어오듯 놈은 등을 수면 위로 내 비췄다. 선명한 주황색, 노을을 반사해 빛났다.
“와라!”
순간 수면이 일그러지고 물기둥이 솟아올랐다. 그 물보라 사이로 거대한 물고기 한 마리가 몸을 뒤틀어 이리저리 물방울을 흩뿌렸다.
“날 캡틴이라 불러라.”
캡틴의 눈이 바다를 머금은 채 빛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