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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으널 행복해지는소설 TXT.

캐릭터 아이콘현경아잉

본 유저수568

작성 시간2021.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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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게을렀던지라 꽤 오래 작업했네요.
원체 루시은월 커플을 좋아하는지라 기쁘게 작업했습니다.
그럼 즐감해주시길.



가슴이 아려왔다.
대적자와의 전투에서 패배한 루시드에게는 끝없는 허무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루시드가 눈을 떴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모종의 이유로 눈을 뜨게 된 루시드였지만, 악몽의 바다와 현실은..그녀에게 별 차이가 없는 것들이었다.
실제로, 그녀의 현실은 악몽보다도 끔찍했으니까.
오히려 영원히 악몽 속에서 갇혀 있는 게 나았으리라.
레헬른의 시계탑 위, 루시드는 다리를 꼬고 앉아 붕괴되어가는 레헬른을 바라봤다.
창조자인 루시드가 힘을 잃었음에 따라, 그 피조물인 레헬른도 점차 사라져가는 것이다.
그녀에게는 더 이상 그 어떤 의지할 존재도 없었다.
루시드에게는 메르세데스를 볼 낯도 없었거니와 자신의 수장이라 할 수 있는 검은 마법사는 이미 연합에 패해 소멸했으니까.
루시드는 애처로운 눈빛으로 붕괴되어가는 레헬른을 아련하게 지켜보았다.
그녀 또한 자신의 피조물과 똑같은 운명이 되리라는 것을 모를 정도로 루시드가 무식한 것은 아니었으니까.
"뭐죠..?!"
루시드가 처연한 눈빛으로 붕괴되어가는 레헬른을 지켜보고 있자니, 등 뒤에서 갑작스레 나타난 기시감에 루시드가 고개를 돌렸다.
고개를 돌린 루시드의 눈에 띈 것은, 긴 흑발머리를 다소곳이 묶은.
어딘가 슬퍼 보이는 눈을 가진 남자였다.
"결국 너도..이렇게 되었구나."
"루시드."
장발을 다소곳이 묶은 남자가 루시드를 가만히 내려다보자.
루시드가 휙, 고개를 돌렸다.
"누구신지는 모르겠지만.  제 앞에서 사라져 주는 게 좋을 거예요.
지금의 저라도...티끌만큼의 힘은 남아 있으니까."
"너조차도...나를 기억하지 못하는 건가.
네가 나를 지웠으면서.
어째서.."
남자는 한 방울 눈물을 떨어트리며 루시드의 목을 억세게 부여잡고는 루시드의 보랏빛 날개를 억지로 잡아 뜯었다.
목을 졸린 루시드가 보랏빛 섬광을 쏘아댔으나, 눈앞의 남자는 한 손으로 그것을 모두 쳐내었다.
루시드의 말마따나, 아직까지 그녀의 힘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지만.
눈앞의 남자를 상대하기는 부족했다.
"아니, 이제는 됐어.
이런 생활 따위는 이미 익숙해져 있으니까."
그렇게 말하며 다시금 맑은 눈물방울을 떨어트리는 남자의 모습은 어째서인지 애처로웠다.
"이제서야 너를 죽여도 이 사실을 되돌릴 수는 없겠지.
지금에서는 너조차도 나를 기억하지 못하잖아."
남자는 루시드의 목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얕은 숨골이 지긋이 눌려오는 고통에 루시드는 그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칠 뿐이었다.
루시드가 그의 손 안에서 몸부림칠수록, 남자는 더 힘을 주어 루시드의 목을 졸랐다.
"으..끄흑..."
루시드의 흰 피부가 점점 붉어지면서 붉은 눈가에 맑은 눈물이 맺혀갔다.
이내 루시드의 목이 힘없이 추욱 늘어지고, 그제서야 남자는 그녀의 목을 잡은 손을 놓았다.
"너도...한 번 느껴 봐.
모두에게서 잊혀진다는 감정이 어떤 것인지 말이야."
희미해져가는 의식의 저 너머로, 루시드는 남자의 말을 엿들을 수 있었다.
루시드의 정신이 만약 평범한 인간의 것이었다면 그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겠지만.
비록 검은 마법사가 죽고 힘을 빼앗겼다고 하더라도 루시드의 정신만큼은 여전히 군단장으로서의 면모를 가지고 있었기에 평범한 인간과는 확연히 달랐다.
"여기는...어디죠?
그리고...으으, 여기는 너무 밝군요."
루시드는 따스한 정오의 태양빛을 손으로 가리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오랜만에 느끼는 따스한 태양빛을 만끽해보고도 싶은 루시드였으나, 그보다는 밝은 빛에 적응되지 못한 눈을 가리고 싶은 감정이 앞섰다.
"설마..
에우렐?!"
오 분 정도가 지났을까?
루시드는 놀란 눈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동물은 본능적으로 고향을 기억한다고 하던가?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루시드는 이곳이 에우렐이라는 것을 알아챌 수 있었다.
레헬른에서는 단 한 번도 느껴** 못했던 친숙한 느낌이 들었으니까.
"그 남자..."
루시드는 말끝을 흐리며 손톱을 물어뜯었다.
루시드의 귀를 보고 알아챈 것일 수도 있지만.
뾰족한 귀를 가진 종족은 엘프만이 아닐 뿐더러, 무엇보다도 엘프는 오래 전에 멸종되었다고 알려진 종족이었다.
"아핫, 아하하..그런 생각인가요?"
루시드는 광기에 찬 웃음을 지으며 눈을 흘겼다.
"당신이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예요."
광기 가득한  루시드의 웃음소리가 에우렐을 가득히 메웠다.
남자의 행동으로 보아 그는 루시드를 자세히 알고 있는 인물임이 분명했다.
그의 말투와 행동에서도 그것이 드러났고 말이다.
"우후후..오히려 이건 좋은 기회일지도 몰라요.
나의 원수를 자처하는 분이시여!
당신은 저를 고통 속에서 죽어가도록 만들게 하려는 의도였겠지만.
당신은 이 루시드에게 두 번째 기회를 준 것이랍니다!"
루시드는 웃음을 흘리며 에우렐의 안으로 들어갔다.
'역시 아무도 없는 건가요?'
고요만이 감도는 에우렐에 들어가자, 루시드는 알 수 없는 친숙함이 느껴졌다.
루시드의 엘프로서의 피가, 엘프로서의 기억이 본능적으로 에우렐을 그리워하고 있었던 것이 분명했다.
"그다지 좋은 기분은 아닌걸요.."
루시드는 무심한 표정으로 메르세데스의 왕자에 걸터앉았다.
꿈이 아닌 현실에서 에우렐의 여왕이 된 것만 같은 정복감.
그러나 그것도 머지않아 사라졌다.
백성 없는 나라의 여왕이 되어봤자 무엇하랴.
백성 없는 나라의 여왕이란.
그저 과거의 루시드같은 혼자만의 역할놀이일 뿐이리라.
루시드는 입속 가득히 침을 머금은 뒤 꿀꺽 삼켰다.
괜스레 루시드는 메르세데스의 왕좌를 박차고 일어서 하늘을 향해 기지개를 켰다.
"조금...기다려볼까요."
루시드는 멍하니 거목의 아래에 걸터앉아 팔에 무릎을 대고 얼굴을 파묻었다.
하염없이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걸터앉아 있자니, 옅은 졸음이 쏟아져왔다.
'오랜만에 편안히 잘 수 있을 것 같군요.'
따스한 햇살에 몸을 맡기고.
루시드는 잠에 빠져들었다.
"......기."
"...저기."
얼마만큼의 시간이 흘렀을까?
"으음...?"
이마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운 촉감에 루시드가 감긴 눈을 떴다.
"메르세데스님, 메르세데스님, 그 아이가 깨어났어요!"
'시끄러워..'
편안한 숙면을 방해받은 루시드가 불쾌한 표정으로 눈을 떴지만, 눈앞의 존재를 본 루시드가 불쾌한 기색을 감추었다.
금빛의 장발을 허리춤까지 늘어트린.
가히 날개 없는 천사라고 불릴 법 한 모습의 엘프.
"메르세데스님..?"
메르세데스였다.
"나는 너를 모르지만, 너는 나를 아는 모양이구나..
너는 누구니?"
메르세데스의 말을 들은 루시드의 고운 이마에 굵은 핏줄이 돋아났다.
하기야 평생을 바친 상대가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알지 못한다면 누구나 그런 반응을 보이리라.
'그건 그렇고...설마 그 분의 말이 진짜였을 줄은..'
밤새 루시드를 에우렐로 옮겨 놓은 것 정도는 넘어가더라도, 모두의 기억에서 루시드를 지우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단순히 저를 저주하는 줄로 알았건만.
그 분의 정체는 대체..'
루시드는 의문 가득한 눈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그 정도의 힘을 가지고 루시드를 증오하는 자들을 그녀가 모를 수야 없으니 루시드는 답답해 미칠 노릇이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메르세데스는 루시드의 귓가에 대고 크게 소리치자, 루시드가 놀란 눈으로 메르세데스를 바라봤다.
"아니예요."
루시드는 고개를 들이미는 메르세데스를 밀쳐낸 후, 메르세데스의 왕좌를 처연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언젠가...제가 당신의 왕좌에 앉는 꿈을 꿨었죠.
그때는 참.
기뻤었는데 말이예요."
"응?
무슨 말이야?"
루시드는 두 눈 가득한 후회를 털어내고는 메르세데스를 노려보았다.
메르세데스가 좋았다.
그녀에게 인정받고 싶었다.
그 마음은 아직까지도 그대로였지만.
메르세데스가 그것을 알아주기를 바라지 않았다.
"너는 나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고 있는 모양이지만.
정식으로 소개할게, 나는 엘프 여왕 메르세데스야.
네 이름은 뭐니?"
"루시드.."
루시드가 퉁명스레 말을 꺼내고.
"좋은 이름이야. 루시드."
메르세데스는 밝은 미소를 지으며 화답했다.
같은 여성인 루시드가 보기에도 아름다운 미소였다.
오직 그녀 하나만을 위해.
메르세데스가 미소를 보내주기를, 루시드는 바랐고.
수백 년의 세월 동안.
루시드는 변하지 않았다.
'나의 여왕님..당신은 여전히 아름다우시군요...'
루시드라고 해서 메르세데스가 기억을 잃은 이 때 메르세데스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었을지라도.
그것이 과거의 인형극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걸, 루시드가 모르는 것도 아니었고.
메르세데스의 기억이 돌아왔을 때, 죄를 지은 그녀가 메르세데스에게 용서받을 수 없다는 것 또한, 루시드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에.
루시드는 말없이 메르세데스를 뿌리치며 차갑게 응대했다.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모양이구나.
말리지는 않을게.
다만 부탁할 게 하나 있단다.
네 마음이 진정되었을 때.
다시 한 번 나를 찾아 줄 수 있겠니?"
루시드의 냉소적인 자세에도 오히려 메르세데스는 밝은 미소를 보였다.
루시드는 그 미소가 너무나 탐났으면서도, 너무나 원망스러웠다.
과거의 그녀에게는 단 한 번도 저 미소를 보여주지 않았으면서.
지금의 그녀에게는 이렇게도 쉽게 저 미소를 보여준다는 것이.
루시드에게는 참을 수 없이 증오스러웠고, 기뻤다.
"알았어요.."
루시드는 피어오르는 미소를 애써 감추려 고개를 푹 숙였다.
"어디 아프기라도 하니?"
메르세데스의 물음에 루시드가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요.
그것보다, 당신은 왜 초면인 제게 이렇게나 신경을 써 주시는 거죠?"
루시드가 미소를 감추고 퉁명스럽게 말을 내뱉자, 메르세데스가 옅은 눈웃음을 보였다.
"그래.
네 말대로 나는 네가 누군지 모르지.
하지만, 네가 엘프라는 것 정도는 나도 알 수 있어.
여왕이 백성에게 친절을 베푸는 것.
그것에 꼭 이유가 필요할까?"
'이해할 수가 없군요.'
루시드의 흰 뺨이 붉은 홍조로 물들었다.
루시드는 두 뺨을 가볍게 감싸쥐고는 고개를 돌렸다.
"알겠어요."
루시드 또한 알고 있었다.
메르세데스가 그녀를 사랑한다는 것과.
그녀는 항상 루시드에게 똑같은 미소를 보여 주었다는 것.
메르세데스는 모든 백성에게 친절했지만, 루시드에게만큼은 그 미소가 오히려 독이 되었다.
루시드는 메르세데스의 미소가 자신만을 향하길 바랬고, 메르세데스는 그걸 바라지 않았으니까.
'생각해봤자 머리만 아프군요.'
루시드는 고운 눈살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아차. 내 정신 좀 봐.
루시드, 잠시 나를 따라오렴."
뒤돌아 걸음을 옮기는 루시드를 향해 메르세데스가 손을 내밀었다.
'용서받을 수 있을까...'
루시드는 잠시 생각하는 듯 하더니, 메르세데스의 손을 잡았다.
'...아니.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
루시드가 붉은 눈을 광기로 물들이자, 서늘한 공기가 메르세데스의 곁을 맴돌았다.
'이 미소를...가질 수만 있다면.
메르세데스 님이, 나를 사랑해줄 수만 있다면.
그 무엇도 상관없어.'
루시드가 펼친 손에 힘을 주었다.
루시드의 맑은 눈동자 속으로 주체할 수 없는 희열이 들어찼다.
"여기야."
메르세데스의 안내를 따라, 루시드는 어느 방에 들어갔다.
작냐고 묻는다면 아니라고 답할 수 있었지만.
크다고 묻는다면 그것 또한 아니었다.
"네가 지낼 방이란다.
기본적인 생필품들은 이 안에 있으니까.
나중에 보자."
안내를 끝낸 메르세데스가 조심스레 문을 닫고 사라짐과 동시에 루시드의 눈동자에 아쉬움이 깃들었으나 그 뿐.
에우렐의 향기로운 들꽃 냄새가 루시드의 코끝에 와닿았다.
"이 냄새도..오랜만에 맡아 보네요."
루시드가 검은 마법사의 편에 서 군단장의 자리에 앉은 이후로.
단 한 번도 맡아** 못한 냄새였다.
메르세데스를 향한 의식적인 거부감에 일부러 느끼지 않은 것이었으나 그리웠던 것만은 사실이었다.
루시드는 방바닥에 누워 페도라를 벗어내고는 이불을 덮었다.
턱밑까지 덮은 이불의 위로 얼굴만 빼꼼 내밀면서, 루시드는 밝은 천장을 바라보았다.
"고맙다고 해야 할까요.."
루시드의 시야에 남자의 얼굴이 잠시 아른거리다 사라졌다.
'메르세데스님도 참..'
메르세데스가 루시드에게 건넨 이불은, 척 보기에도 범상치 않은 것이었다.
귀여운 동물들의 모습이 새겨진.
마치 아이의 침구와도 같은 것이었기에, 루시드는 피식, 가벼운 실소를 터트렸다.
'이게 모두 저의 인형놀이라 할지라도..
나쁘지는 않네요.'
붉게 물들어오는 태양 아래로 푸르른 나무들을 바라보며 루시드는 잠을 청했다.

***

루시드가 에우렐에 정착한 지 일 년 정도가 되었을까?
다행히도 여전히 메르세데스가 루시드의 과거를 눈치채는 일은 없었다.
"좋은 아침이야 루시드."
"좋은 아침이예요."
메르세데스의 웃음에 루시드가 반갑게 응대한다.
그 어떤 전쟁도 고통도 존재하지 않는 평화로운 나날..루시드는 이미 이런 생활에 적응한 지 오래였다.
어쩌면 과거의 자신을 잊어버릴 정도로.
과거의 그녀를 잊어가는 것이 한편으로는 기쁜 마음이었으나, 언젠가 메르세데스님이 그것을 알게 된다면...이라는 공포에 휩싸였던 날들도 적지만은 않았다.
전쟁을 겪은 사람들이 쉽사리 평화에 익숙해지지 못하는 것처럼.
"아으으..."
루시드가 기지캐를 켜는 소리가 방 안에 울린다.
과거 루시드가 에우렐에 다시 정착했을 때부터 가지게 되었던 그곳.
원래라면 외부인 취급이었던 루시드가 계속 그곳에서 생활하는 것은 불가능했지만, 메르세데스의 도움으로 아직까지도 머물 수 있었다.
"너무 익숙해져 버린 건 아닐까요.."
평소처럼 테라스에 앉아 찻잔을 들이키던 중, 문득 루시드가 한숨을 내쉬었다.
에우렐에 정착한 이후로는 단 한 번도 악몽을 꾼 적도 없었고.
그저 반복되는 일상이 지루하기만 한 번도 아니었지만.
알 수 없는 불안감을 지우기에는 부족했다.
"이게 제 업보라는 거겠죠.."
루시드는 탁자에 고개를 떨구고 팔을 기대어 눕자.
'생각해봤자 답이 나오는 것도 아니니까요.'
루시드의 입속에서 맑은 공기가 두어 번 지나가는 소리가 들린다.
"루시드."
뒤로부터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루시드가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본다.
"무슨 일이죠?
메르세데스님."
"그냥 불러 봤어.
한가해 보이길래."
메르세데스의 손길이 루시드의 머리를 쓰다듬은 후 제자리를 찾는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가끔씩 메르세데스가 루시드를 바라보고, 그녀는 그에 장단을 맞춘다.
메르세데스의 미소를 볼 수 있다면.
그 정도 불안감은 떨쳐낼 수 있었다.
"여전하시네요."
루시드가 고개를 들어 메르세데스를 올려다보자 메르세데스가 눈을 찡긋거린다.
"그래도 너는...요 일 년 동안 넌 꽤 많이 변한 것 같은걸?"
사실이었다.
지금에서는 과거의 메르세데스를 사랑했던 루시드도, 메르세데스를 증오했던 루시드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메르세데스의 한 백성으로서 살아가는 루시드만이 존재할 뿐.
과거의 루시드였다면 작금 그녀의 모습이 그리 달갑지는 않겠다마는.
현재의 루시드로서는 상관 없는 일이었다.
"기분 탓이겠죠.."
루시드는 가볍게 말을 얼버무리고 의자에서 일어나 부엌으로 향한다.
"오랜만에 오셨으니. 차라도 대접해 드릴게요."
루시드는 능숙하게 여분의 찻잔을 꺼내어 탁자에 얹고 물을 얹었다.
고요했던 방에는 두 여성이 재잘대는 소리만이 가득하다.
메르세데스가 그녀의 찻잔을 들어 루시드에게 향하자, 루시드가 찻잔을 들어 그에 맞춘다.
"루시드, 네가 처음 에우렐에 도착했을 때부터 궁금했던 건데 말이야."
메르세데스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물었다.
"너는 어떻게 나를 알고 있었니?"
"...미안해요."
루시드가 답을 피하고, 짧은 정적이 내려앉았다.
"아니야.
그럴 수도 있는 거지."
침묵을 깨고 메르세데스가 장난스럽게 웃는다.
메르세데스가 침묵을 지키는 루시드의 이마를 톡 건들자, 가벼운 떨림이 느껴졌다.
'말로는 아니라고 하고 있지만..
궁금하단 말야.'
메르세데스가 멍하니 그런 루시드를 바라본다.
검은 마법사가 소멸한 날.
갑작스레 에우렐에 나타난 엘프.
불길한 기운을 풍기며, 상처입은 듯한 모습을 띄던..
'설마...?'
무언가 알아차린 듯, 메르세데스의 눈썹이 움찔거린다.
"루시드, 너...
아니, 아니야.
이만 돌아가 봐야겠구나.
잘 지내렴."
메르세데스는 차가운 표정으로 의자를 치우고 자리를 피한다.
"메르세데스님..?"
루시드는 허탈한 표정으로 닫힌 문을 바라보며 손을 뻗었다.
처음부터 이렇게 될 것이라는 것 정도는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 날이 이렇게나 빨리 찾아올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못 했던 것일까.
루시드의 눈가가 붉어지기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맑은 눈물을 토해낸다.
"메르세데스님..
메르세데스님..."
닫힌 문을 향해 루시드가 울부짖자.
'..미안해.'
좁은 문틈 뒤로 모든 것을 지켜보던 메르세데스가 눈물을 삼킨다.
'이런 날이 올 거라는 건...이미 알고 있었지만.
...너무 빠르잖아.'
눈물을 머금은 바닥이 축축하게 젖어간다.
"목 말라..."
바닥을 흥건하게 적신 루시드가 공허한 눈으로 물을 찾았다.
지금의 루시드에게는, 떨어트릴 눈물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루시드가 애처롭게 창밖을 바라보자, 밝은 햇빛이 루시드의 눈을 비췄다.
"다시 돌아가겠어요.
밝은 태양이 존재하지 않는.
저만의 축제로."
일 년 정도 요양을 거치니.
티끌만큼 작았던 루시드의 힘도 어느 새 거의 전**에 맞먹을 정도로 성장한 채였다.
"메르세데스님...
안녕히."
루시드가 밝은 날개를 펼치고, 그녀의 신형이 하늘로 떠오름과 동시에 사라졌다.
오로지 깊디깊은 어둠만이 존재하는.
축제의 장으로.

***

"...이제 된 거예요."
루시드의 날개가 옅은 빛을 뿜어내고.
붉은 눈이 광기를 비친다.
"메르세데스도. 영웅들도.
저를 방해할 그 누구도..여기에는 존재하지 않아요.
이곳이야말로..완벽한 이상향.
저만의 축제니까요."
루시드가 광소하며 마나를 터트린다.
"여기서는 모든 게 제 마음대로예요.
에우렐도, 엘프들도, 메르세데스님도..."
알 수 없는 인기척에 루시드가 고개를 돌린다.
"...무슨?!'
"오랜만이구나.
루시드."
20대 초반 정도나 되었을까?
긴 장발을 다소곳이 묶은.
과거, 루시드를 모두에게서 잊혀지게 만들었던 장본인.
은월이었다.
"당신은.."
은월이 목에 두른 천을 벗고, 울적한 표정을 짓는다.
어떤 전투 의지도 보이지 않고.
오로지 한 줄기 눈물만이 은월의 얼굴을 타고 흘러내리고 있을 뿐인데도.
루시드는 온 몸의 털이 쭈뼛 곤두서는 것이 느껴졌다.
"이번에는 무슨 용건으로 온 거죠?
지금의 저는, 예전과는 달라요.
다시는 그렇게 허무하게 당하지 않는답니다."
루시드의 어깨 뒤로, 뻗어나간 보랏빛 광선이 은월의 뺨을 스친다.
"...본격적으로 시작해보자."
가볍게 뻗은 은월의 두 손에서 무시무시한 마나가 요동친다.
공기를 짓누르는 거대한 마나에 본능적으로 루시드가 바닥에 주저앉았다.
"얼굴은 때리지 않겠다마는..
각오해 둬."
쏜살같은 속도로 루시드의 앞에 나타난 은월이 주먹을 내지르자, 루시드가 비명을 질렀다.
"어째서 너는."
은월이 주먹이 계속해서 루시드의 작은 몸을 강타하고, 그 때마다 루시드가 신음을 흘려댄다.
"그렇게 쉽게 포기하는 거야."
대부분의 힘을 회복한 루시드였지만, 정신이 멀쩡하지 못한 탓에 그저 고통을 수용할 수 밖에는 없을 따름이었다.
"나는....나는...
그렇게나 노력했는데도.."
은월의 눈물이 루시드의 얼굴에 차갑게 와닿고, 눈비 같은 세례가 멈춘다.
"어째서.."
뒤이어 은월의 몸이 루시드에게 기울며, 흐느끼는 소리가 검은 공간을 가득 채웠다.
"...당신의 사정은 모르겠지만.
내게로 와요.
저라면, 당신이 그 어떤 존재더라도.
받아들여줄 수 있으니까."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루시드가 은월의 귓가에 속삭인다.
맑은 눈물이 계속해서 루시드의 얼굴을 적셔왔다.
루시드로서는 은월의 눈물이 기쁨의 눈물인지 슬픔의 눈물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이것 하나만은 알 수 있었다.
은월이 더 이상 그녀를 증오하지 않는다는 것을.
아니.
은월로서는 더 이상 그녀를 증오할 수 없다는 것을.
그를 잊지 않을 존재는.
루시드밖에 없었으니까.




EPISODE LUCID:IF END.


END.

ZZZ
1 명 좋아요 취소
질문자 캐릭터 아이콘현경아잉 Lv. 226 노바

댓글2

  • 캐릭터 아이콘자몽허니라임 2021.05.20 오전 10:24:55

    결혼해! 결혼해! 메이플에선 공식커플로 인정해줘라!!

    캐릭터 아이콘현경아잉 2021.05.20 오후 02:48:15

    @자몽허니라임 ㄹㅇ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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