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철학자가 말하기를 진정한 용기란 두려움이 없는 만용이 아닌 절망적인 공포와 마주하였을 때 그것을 극복해내는 것.
그것이 진정한 '용기'.
모순적이게도 너무나 두렵기에 인간은 용기를 가지고 태양의 시현을 향해 나아간다.
어쩌면 더욱 절망적일지도 모를 길을 기꺼이 걸어간다.
그 어떤 시련에도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이겨낸다.
그것이 '용사'의 길이며 진정한 의미의 '인간'에 다가서는 길.
"저도 노력할게요.
당신이 제게 도움을 준 만큼, 저도 도움을 드릴 수 있도록."
한때 넘을 수 없을 것만 같은 공포에 절망했던 한 소녀도.
그 길에 한 발자국.
걸음을 내딛었다.
무의미한 만용도.
공포에 굴복할 나약함도 아니다.
진정 '인간으로서'의 용기.
공포를 즐기지 못하기에.
때때로는 공포에 굴복하기에.
그것이 '용기'인 것이다.
도망쳐도 괜찮다.
눈앞의 거대한 공포에 맞서는 것은 그저 만용.
극복해나가면 되는 것이다.
마치 부모가 아이의 손을 잡듯.
한 걸음 한 걸음씩.
6화
"만약 당신이 위험에 처한다면 저는 기꺼이 당신을 구하겠어요.
어차피 죽은 것이나 다름없던 목숨.
그것을 당신에게 바치는 것 정도야 전혀 아깝지 않아요."
그녀는 속삭였다.
설령 그것이 아니었을지라도, 그 순간 나는 그렇게 느꼈다.
누군가에게 목숨을 맡기는 것이라기에는 너무나도 차분했다.
더 이상 자신의 목숨에는 미련이 없다고 느껴질 정도로.
"아니, 괜찮다.
나는 네게 도움을 받을 만큼 나약하지 않으니.
그래도 나를 생각해 준 그 마음.
그것만은 고맙게 받으마."
"으음..."
내 말에 리엘은 마지못해 승낙의 의사를 전한다.
결단코 내 '정의'에는 누군가의 희생이 들어가지 않는다.
그저 감정의 정도의 비교.
한 소녀를 구함으로서 소녀가 가지는 안도감과 행복감을 비롯한 모든 감정들이 수십, 수백의 인간들이 가진 절망의 감정보다 거대하다면 나는 기꺼이 소녀를 구한다.
수백의 인간들은 그저 제물.
그것은 희생이라 말하지 않는다.
그것이 세계의 정의의며 섭리.
그것을 이행함으로서 세계는 더욱 완벽에 가까워진다.
모든 아름다움을 가지는 공간 '이데아'.
주의 뜻은 곧 '이데아'를 현세에 강림시키는 것.
그 과정에서 무력한 인간들의 절망은 그저 소리 없는 아우성일 뿐이다.
인간들이 가축을 죽이며 조금의 거부감도 느끼지 않는 것처럼.
주에게는 인간이란 그저 미력한 자신의 창조물 중 조금 더 진보한 존재.
모두 그의 말 한 마디에 무력하다는 점에서 인간과 가축이 다를 것이 무엇인가?
인간은 더욱 풍부한 '감정'을 가졌기에 대우받는 것이다.
그것이 아니라면 가축과 인간은 동류에 불과하다.
단지 신의 유희거리일 뿐.
완벽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제물로서 어린 양들을 신께 바친다.
그가 내게 등을 돌릴지라도.
그를 찬양한다.
그를 경배한다.
그를 예배한다.
나는 그저 그의 대행자.
약간의 감정을 가지게 되었다 해도 변하는 것은 없다.
그의 뜻에 따라 완벽한 감정의 이상을 그려내면 될 뿐.
인간이 이룩할 수 있는 완벽의 극치.
그것에 도달하기 위하여.
나는 그의 뜻을 이룩하면 될 뿐.
그 과정에서 세계의 불순물들이 모두 사라지더라도.
너무나도 당연한 약육강식.
태초의 본능이자 너무나도 당연한 자연의 섭리.
그 누구도 이를 비난할 수 없을 터다.
자연적인 순환을 그 누가 비난하겠는가.
창조주의 뜻을 그 누가 부정하겠는가.
그 과정에서 몇몇 그것을 부정하는 불순물이 나온다 해도.
주의 권능을 보여 그의 뜻에 반하는 자들은 모두 숙청시키면 그만.
주의 이상에 반하는 불순물에겐 죽음만이 진정한 구원이리라.
죽음만이 그들이 최고의 쾌락을 이어받을 수단이리라.
그들의 죄는 '태어난 것'.
그렇게 태어나지 않았으면 되는 것이다.
원망할 것이라면 그들의 부모.
그들을 낳은 부모를 원망해야 한다.
그렇게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그들은 결코 불순물이 되지 않았을 터.
태어난 것 만으로도 그들은 죄를 이고 태어난 것이다.
'.....'
이 소녀는 한 때 거대한 절망을 겪었으며 이후 거대한 기쁨을 겪었기에 주의 이상에 들어맞는다.
완벽한 감정을 가지게 된 소녀.
그러나 어째서인지 내게 그녀는 단순한 이상향의 완성에 대한 재료로는 보이지 않았다.
그 어떤 자들을 보아도 단 한 번도 누군가에게 가슴이 뛴 적이 없었을 터인 내가 신기하게도 그녀의 미소를 보면 자연스럽게 심장이 뛰었다.
그 때 만은, 내가 살아있음을 알리듯 거세게 심장이 고동쳤다.
단 한 번도 느껴** 못한 오묘한 감정.
솟구치는 고동을 억누르려 해도 그것은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거세게 진동할 뿐.